지난해 신규 상환 90%가 리파이낸싱 채권에 의존
과시 및 경제 성과 홍보 위해 비효율 분야 투자 많아
지방 돈줄이자 부채 ‘주범’ LGFV 일부 디폴트 위기
중국 지방정부들은 지난해 ‘빚내어 갚은 빚’이 4조 6803억 위안(약 866조원)으로 집계돼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제일재경(第一財經) 등이 지난 31일 보도했다. 중국 재정부가 내놓은 ‘2023년 지방채 발행 및 부채 잔액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지방정부의 전체 차입액은 9조 3374억 위안(약 1731조원)에 달한다. 전년보다 27%(2조 위안)가량 늘어났다.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4조 6803억 위안이 리파이낸싱(refinacing·신규 대출로 기존 대출을 갚는 借換) 채권 용도로 쓰였다. 반면 재정 확충이나 인프라 건설 프로젝트에 쓰이는 신규 발행 지방채권 규모는 4조 6591조 위안에 그쳤다. 지난해 발행된 지방채 가운데 절반 넘게 진 빚을 갚기 위해 다시 빚을 낸 셈이다.
지방정부는 그동안 ‘과시 및 경제성과를 강조하기 위해’ 비효율적인 분야에 과도하게 투자한 나머지 원금을 제대로 회수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한꺼번에 채권의 만기가 돌아오는 바람에 이런 악순환의 수렁에 빠졌다. 2022년보다 2023년의 신규 지방채 발행액이 2% 감소한 반면 리파이낸싱 채권 발행액은 79%나 급증한 게 전체 발행액을 사상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주요인으로 작용했다.
지난해 만기가 돌아온 지방채무 원금 규모는 전년보다 32%가 늘어난 3억 6658억 위안이다. 이중 리파이낸싱 채권을 통해 갚은 원금은 전년보다 38% 증가한 3조 2918억 위안이다. 지방정부가 지난해 리파이낸싱 채권에 의존한 신규 상환 비중이 90%에 달한다는 얘기다. 재정부는 “지난해 차환 채권 규모가 이례적으로 컸던 데다 지방정부의 재정수입보다 재정지출이 훨씬 많아 리파이낸싱 채권발행 급증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에 중앙정부는 지난해 1조 4000억 위안 규모의 특별 리파이낸싱 채권발행을 허용해야만 했다. 특별 리파이낸싱 채권 할당량이 많은 곳은 후난(湖南)·안후이(安徽)·구이저우(貴州)·윈난(雲南)성, 톈진(天津)시, 광시(廣西)좡족(壯族)자치구 등이다. 재정부는 “지난해 말 기준 지방정부의 부채는 40조 7373억 위안(약 7555조원)으로 집계됐으며, 이는 전국인민대표대회 승인한도(42조 1674억 위안)를 넘지 않는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연초 설정했던 목표한도보다는 낮지만 증가액이 5조 6800억 위안으로 목표한도를 1조 위안 이상 초과했다.
지방정부 부채의 급증은 ‘지방정부 융자기구’(LGFV·지방정부가 자체 부동산 등 자산을 담보로 자금을 조달하는 기관) 부채 문제가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국가금융·발전실험실(NIFD)은 분석했다. 자금조달용 특수법인인 LGFV는 주로 지방정부의 공공 인프라 자금으로 사용돼왔으나, 31개 성(省)·시·자치구가 이를 통한 경쟁적인 개발에 나서면서 비효율적인 투자가 적지 않아 지방부채 누적으로 이어졌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중앙정부는 부채위험이 큰 12개 성(省)·시·자치구에 대해 "신규 프로젝트를 착수하지 말라"고 강력히 지시했다. 차이신(財新)에 따르면 국무원 판공청은 지난해 말 톈진·충칭(重慶)시, 랴오닝(遼寧)·지린(吉林)·헤이룽장(黑龍江)·구이저우·윈난·간쑤(甘肅)·칭하이(靑海)성, 네이멍구(內蒙古)·닝샤(寧夏)후이(回)족·광시좡족자치구를 고위험 지역으로 지정하고 신규 프로젝트를 엄격히 통제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이들 지방정부에는 지방 고속도로와 민간공항 재건축 및 확장, 도시철도, 박물관 등의 주요 인프라시설에 대한 투자가 금지됐다.
이런 가운데 중국의 총부채비율이 지난해 말 기준 300%에 바짝 다가서며 사상 최고치를 쩍었다.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국가금융·발전실험실에 따르면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총부채비율을 나타내는 거시 레버리지 비율은 2023년 287.8%에 이른다. 전년(274.3%)보다 13.5%포인트 치솟았다. 총부채비율은 정부와 비금융기업, 가계의 부채를 합산한 총부채를 명목 GDP로 나눈 것이다.
중앙정부의 ‘노력’에도 지방정부 부채위기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산둥성(山東省)의 LGFV인 웨이팡빈하이(濰坊濱海)투자개발은 지난해 12월31일 만기 예정이던 4억 7900만 위안에 대해 얼마전 채권자들과 가까스로 상환 또는 지급 기한 연장에 합의했다. 산시성(陝西省) LGFV인 시안취장메이피후(西安曲江渼陂湖)투자건설도 지난해 12월26일 9170만 위안을 갚지 못하다가 당일 신용평가사 중정펑위안(中證鵬元·CSCI Pengyuan)이 관련 사실을 공지하자 사흘 뒤인 29일에야 간신히 부채를 해결했다. .
이런 와중에 지방정부의 방만한 운영이 도마 위에 올랐다. 재정부는 지난해 말 '지방정부의 숨겨진 부채를 문책한 전형적인 사례에 관한 통보'를 통해 "지난 몇년동안 신규 숨겨진 부채와 부채해결 부실 등 위법·위규 행위를 조사·처분해왔다"며 처리한 사례들을 공개했다.
재정부는 "이번 사례는 일부 지방정부와 단위 지도 간부의 정치적 실적관(政積觀)에 편차가 있고, 기율관념이 엄격하지 않다는 점을 드러냈다"며 "당중앙과 국무원의 결정을 관철하면서 명령 불이행과 금지사항 시행, 에누리, 요령대로 처리하기 등이 나타나 숨겨진 부채 예방·해결 사업에 심각한 영향을 줬다"고 비판했다.